one's own room/1호시설일상♬

소년보호재판을 받은 아이들(2) / 우당탕탕 축구교실⚽, 보리차를 끓이는 밤

Rooni 2024. 5. 20. 22:28

 

 
1. 우당탕탕 축구교실⚽
 

오늘은 수원보호관찰소에서 진행하는

축구교실이 있는 날!

매주 월요일 오후에 진행되는 시간인데

우리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

 

당직날과 겹쳐서 나도 처음으로 따라가게 되었다.

 

축구교실이 진행되는 곳은 '수원월드컵보조경기장'

이곳에는 여러 인도 잔디 구장이 있어서

이 중 한 곳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보조경기장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원래는 스타렉스 두 대 정도로 움직이는데

오늘은 스타렉스 한 대와 내 차를 가지고 가게 되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소수의 아이들만 내 차 탑승권을 얻고 먼저 출발!

 

우리가 먼저 도착해서 화장실도 들리고

들린김에 거울 셀카도 찍었다!

 

중고딩들이라 그런지

틈만 나면 같이 셀카를 찍고 싶어한다 ㅋㅋㅋㅋㅋㅋ

 

날씨도 아주아주 쾌적하고 적당히 따듯해서

축구하기 정말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ㅎㅎㅎㅎ

 

마지막은 내 최애 사진ㅋㅋㅋㅋㅋㅋ 역동적이고 너무 귀엽다..

정말 열심히, 신나게 노는 우리 아이들!

누가 우리 아이들을 보고

재판을 받고 온 친구들이라고 생각할까?

 

 

 

 

우리가 대관해서 쓰는 구장 옆에는 카페가 있는데

무인으로 운영되는 휴게실 같은 공간이다.

핫도그, 핫바 등의 간식부터 아이스크림, 음료수까지

다양한 종류의 자판기가 구비되어있다!

 

함께 동행했던 생활지도사 선생님과 나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동안

이곳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기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너무 신나게 떠드느라

막상 내부 사진을 찍은 게 없어 쓰다보니

조금 아쉬워진다.

 

 

 

 

 

 

축구교실을 담당해주시는 코치님이 오셔서 1시간동안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신다.

 

우리는 여센터가 2개, 남센터가 1개 있는데

보통 여센터 2개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늘 A여센터와 B여센터의 축구시합이 열린다.

 

늘 어느 센터가 이기는지가 초유의 관심사인데,

다 끝나고 아이들에게 누가 이겼냐고 물어보니

무승부로 끝이 났다기에

몇 대 몇이었냐고 했더니 너무 해맑은 목소리로

"0:0 이요!!" 란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무승부라고 할 수 있는걸까?ㅋㅋㅋ

 

 

가만히 보면 피구하듯 축구를 하는 우리 아이들...

공격수 친구들은 열심히 뛰어다니고,

수비수 친구들은 누가 땅에 박아놓은 것마냥

오직 골대 근처에 굳건히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보고있으면 마냥 웃기고

가까이서 보면 그저 조금 더 해맑고

에너지가 넘치는 보통의 10대들일 뿐인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년범죄.

그 실상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그 일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처해있는 각각의 상황들과

환경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냥 마음 한 켠이 쓰릴 뿐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뤄볼 예정이다!)

 

 

 


2. 보리차를 끓이는 밤

 

해가 가장 뜨거운 2시부터 3시까지

축구교실이 끝나고 센터로 복귀해서

샤워도 하고 저녁도 먹었다.

 

당직을 하는 날은 아이들의 식사를 책임져야하는데

센터 내에 있는 식재료들로

그날 그날 메뉴를 생각해야한다.

 

2024. 04. 01 저녁메뉴
잡곡밥
매운 어묵국
팽이버섯두부전
콩나물무침
무말랭이
무짠지
김치

 

 

오늘의 저녁은 이렇게 먹었다.

 

항상 있는 재료로 고민하며

요리를 하는데 아이들이 늘 맛있게 먹어줘서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분명 블로그에 글을 쓸 거니까

꼭 식판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너무 배고파서 정신없이 먹느라 또 까먹었다...ㅎㅎ

 

 

이곳은 24시 감호시설이기에 아이들은 엄밀히 따지면

이곳에서 수용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24시간 돌아가며 당직을 하고

아이들의 생활과 식사를 책임지며

정말 '가정'으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당직을 하는 날은

종종 따듯한 차를 끓이는데

늘 얼음 잔뜩 넣은 찬 물만 들이키는 아이들에게 조금씩이라도 따듯한 차를 끓여주곤 한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차 한잔의 여유,

커피 한 잔의 여유 정도는

챙길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 담겨있다.

 

 

 

분명 주전자가 어디 있던 것 같은데

늘 찾는 데에 실패해서

냄비에 투박하게 끓이는 보리차

 

보리차를 끓여서 아이들 한 잔씩 나누어주고,

매일 저녁 진행되는 프로그램(청소, 일기쓰기 등)을

이행한 뒤 우리 아이들은

정확히 10시에 잠자리에 눕는다.

 

 

그렇게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나의 <진짜 근무>가 시작된다.

 

 
 
 

법무부에서 관리하는

‘청소년안전망' 시스템 활동 기입하기

매일 작성하여 매 달 말에 담당 판사님께 전달하는

’집행보고서' 작성하기

(이 내용도 한 번 자세히 다룰 것이다!)

 

 

 
모든 아이들의 일기를 일일이 검사한다.

그 후에는 아이들의 일기 검사 시간이 진행되는데

나는 조금 힘들어도

내가 당직인 날은 아이들이 매일 쓰는 일기에

포스트잇을 붙여 코멘트를 달아주곤 한다.

 

 
 
 

초등학생 때 선생님들께서 일기에 짧게 써주셨던 답장들이 기억에 남아 시작하게 되었는데

나도 아이들의 일기를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고,

 

매번 아이들이 나의 쪽지를 기대하며 열심히 본인의 하루를 기록해나가기에 그것도 참 좋다.

 

내 눈에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우리 애기들

잠깐이지만 이런 작은 진심이 모여

이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무리는 어처구니 없는 칠판 낙서로 ㅋㅋㅋㅋㅋㅋㅋ

 

상황 설명을 하자면 한 친구가

내 가방을 자꾸 매고 있어서

내가 칠판에 ‘도둑 ㅇㅇㅇ’라고 썼더니

냅다 내 얼굴을 그리고는

지명수배라고 적어놓은 것이다.

(진짜 어이없음)

 

 

 

 

 

아이들은 모두 10시에 칼같이 자러 갔지만

이것저것 업무를 하다보면 늘 시간은 12시가 된다.

 

내일은 또 6:30에 일어나

아이들을 깨워야 하기 때문에~!

오늘 당직 일기는 여기서 마무리 해야겠다!